최근에 비트코인에 대해 흥미로운 책 두 개를 읽었습니다.


하나는 일본인 경제학 교수가 쓴 것이고(1번), 다른 하나는 비트코인 전문가가 쓴 책(2번) 입니다.


1번은 기술적인 부분 보다는 비트코인의 개괄과 특히 중요한 저변 기술인 블록체인의 가능성에 대해 주로 설명하고 있고

2번은 기술적 부분에 집중해서 실습까지 해볼 수 있도록 코드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에 대해 대략 알고 싶으시다면 이 책의 앞부분만 보시면 되겠습니다만, 코드를 몰라도 전체를 읽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저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 대해 대략적으로나마 알고싶어서 책을 읽었는데


바쁘신 분들을 위해 이에 대해 대략적으로나마, 특히 블록체인이 어떤 방식인지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보자 합니다.


-비트코인은 쉽게 말하면 글로벌리 통용되는 포인트라 보면 된다. 비트코인은 달러, 원화 등 통화로 교환할 수 있으며, 해외에서는 이를 지불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구글에 bitcoin gamble 이라고 검색하면 무수한 사이트가 뜬다 ㅜㅠ).


-비트코인을 한국에서 얻으려면 일단 주소를 만들어야 한다. 주소는 비트코인 사이트에 가서 지갑 소프트웨어를 받아 실행하거나,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지갑을 만들고 사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주소는 특별한게 아니고 숫자와 알파벳으로 이뤄진 일련 번호라고 보면 된다.


-비트코인은 익명성이 있다고 할 수도 있고,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주소와 당신의 개인 신상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말 그대로 주소일 뿐이다. 비트코인 사용자라면 특정 주소의 거래 내역을 모두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주소와 특정 개인과의 연관성은 사실상 없으므로, 주소의 소유주는 알아낼 수가 없다.


-당신이 주소를 만들면 누군가 비트코인을 당신의 주소로 보낼 수 있고, 아니면 거래소에서 돈을 주고 비트코인을 살 수도 있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비트코인을 보낼 수도 있다.


-비트코인이 주목받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돈을 송금하는데 저렴한 비용으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1만원을 미국에 보내려면 수수료만 몇 천 원이 들 겠지만, 비트코인으로 보낸다면 1% 이하의 수수료, 어쩌면 0원에 가까운 수수료로 보낼 수 있다. 물론 원화를 비트코인으로 환전하는 수수료는 별개다.


-비트코인을 쓰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려면 당신의 개인키로 서명(키를 입력하거나 QR코드로 입력) 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지갑은 개인키와 공개키, 주소로 구성된다고 보면 된다. 개인키로 '타원곡선 암호법'을 사용해 공개키를 만들며, 이 암호법 때문에 공개키로 개인키를 유추할 수는 없다(거의 불가능하다). 이 요소가 비트코인 보안의 핵심 중 하나이다. 또한 공개키를 변환한 것이 주소가 된다.


-만약 당신의 개인키가 해킹 등으로 남의 손에 들어가면 해당 주소의 당신의 비트코인도 남의 손에 들어간거라 보면 된다. 그러므로 유저로써 비트코인의 보안은 개인키의 보호가 중요하다.
(가끔 보면 비트코인 거래소가 털렸다면서 비트코인의 보안성을 우려하는 글이 보이는데, 엄밀히 말하면 사용자의 지갑, 개인키를 관리하는 거래소 사이트가 공격받아 털린 것이지 비트코인 네트워크 자체가 털린 것이 아니다.)


-비트코인을 유지하는 기술, 혹은 체계가 블록체인이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비트코인을 보낸다면, 당신의 지갑 소프트웨어가 보낼 코인, 수수료, 코인이 출금되는 주소, 입금되는 주소 등 거래정보를 지갑이 소속된 노드에 보낸다. 해당 노드는 당신의 거래정보를 다른 노드, 즉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즉시 전파한다.


-노드는 지갑소프트웨어를 위한 노드도 있고, 채굴을 위한 노드 등 다양한 용도의 노드가 있다. 채굴이 블록체인 유지의 핵심이다.

-채굴 등 중요한 일을 하는 노드는 비트코인의 '첫'거래가 담긴 '첫번째' 블록부터 가장 최근의 거래들이 담긴 가장 최근의 블록까지 모든 거래가 담긴 블록을 로컬 스토리지(하드디스크 등)에 담고 있다. 예를 들면 1~400번의 거래가 #1 블록에, 401~801번 거래가 #2 블록에, 이런 식으로 쭉 이어진다.


-각 채굴 노드에는 당신이 방금 보낸 거래정보 등 수백개의 '승인되지 않은'거래 정보가 쌓인다. 적당히 거래가 쌓이면 각 채굴노드들은 블록을 만들고, 미승인 거래를 집어넣고, 일정한 규칙에 따라 블록헤더 정보를 만들고, 이 정보를 이용해 문제를 푼다.


-채굴노드가 푸는 문제를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두 개의 주사위를 3이하의 숫자가 나올때까지 돌린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런 식의 문제를 각 채굴노드들은 엄청난 컴퓨팅파워를 동원해 푼다. 채굴 노드는 개인이 운영할수도 있고, 여러 개인이 모인 '풀'로 운영될 수도 있다.


-가장 먼저 블록에 거래를 모으고 문제를 푼 채굴노드가 해당 블록을 통해 비트코인(현재는 블록 당 25코인)을 얻는다. 이러한 과정을 채굴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블록에 담겼던 '미 승인'거래들은 '1번' 승인된 거래가 된다.


-문제가 풀어진 블록은 즉시 다른 노드들로 전파된다. 노드들은 자신의 가장 최근 블록에 방금 막 도착한 블록을 '연결'한다. 그렇기 때문에 '블록체인'이라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약 10분마다 벌어진다.


-각 노드들은 이런 식으로 비트코인이 거래된 모든 내역을 가지고 있어 거래정보가 분산화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이 위와 같은 방식으로, 중앙 집중적인 관리자 없이, 운용된다. 이러한 측면이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가장 획기적인 면 중 하나라 보면 된다(블록체인은 이런 식으로 '비잔티움 장군 문제'를 해결한다).


-최근 블록들이 더 쌓일수록, 과거 거래들은 그만큼 더 승인된 안전한 거래가 된다. 각 거래는 출금 주소와 입금 주소를 가지고 있고, 과거 거래를 고치려면 그 이후에 만들어진 모든 블록의 거래를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6번 승인받으면 극히 안전한 거래로 인정받는다고 보면 된다.


-비트코인은 총액이 있는 가상화폐다. 2009년에 50코인으로 시작해서, 2140년에는 2100만을 끝으로 더 이상 발행되지 않는다(금본위제가 떠오르는 것은 저 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채굴을 할 때마다 25코인을 얻는데, 이는 약 4년마다 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발행이 끝나면 채굴 노드의 주 수입원은 수수료가 된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위키디피아 등에도 잘 정리된 자료가 있는걸 이제 봤네요 ㅜㅠ;;;
https://ko.wikipedia.org/…/%EB%B9%84%ED%8A%B8%EC%BD%94%EC%9…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은 비트코인이 중요한게 아니라 비트코인을 떠받히는 체계, 블록체인이 더 중요합니다. 익명성, 분산화되고 중앙집중화되지 않은 관리 등 비트코인의 장점이 금융, 정보관리 등 모든 분야에 여러 방법으로 응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세계 모든 주식과 채권이 비트코인처럼 거래된다고 생각해보세요. 글로벌 거래를 하는데 수수료는 매우 낮아지고, 이에 따라 브로커리지 사업은 거의 '멸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은 더 '효율적'이 되겠지요. 아주 먼 미래고, 아마 실현되기도 어렵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양자컴퓨팅이 보편화되서 보안성이 강화된다면, 저러한 모습도 먼 미래만은 아닐 수 있다고 기대해봅니다.


어쩌면 운용 자체가 블록체인과 같은 식으로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머나먼 미래에는 시장에서 뭔가 예측해서 알파를 찾으려는 노력 자체가 필요 없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는 증권사에 있었을 때나 기자를 할 때 채권시장 관련 일을 해서인지 이에 관심이 많은데


책을 읽고나서는 이러한 블록체인 같은 체계를 채권 등 금융시장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특히 한국 채권시장의 경우 상당 부분이 아직도 '야후메신저'나 채팅 프로그램 등으로 거래가 되는 실정입니다.


아마 이러한 비효율성을 블록체인 등 기술을 이용해서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금융시장에 언제 블록체인이 '제대로' 도입될 지는 모르지만, 선진국 금융회사들이 앞다투어 블록체인 연구에 발벗고 나서고 있음을 볼 때 아주 오래 걸리지는 않겠죠.


국내에서도 이미 괄목할만한 시도가 나오고 있고요.


물론 기술이 장미빛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ISIS의 프랑스 테러에도 비트코인이 사용됐죠.


어찌보면 '숫자'에 불과한 비트코인이 어떻게 이렇게 통화의 한 종류로까지 대접받을 수 있게 됐을까요?


저는 비트코인이 중앙은행과 지급준비제도에 근거한 현재의 통화 시스템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중앙은행, 실은 정부가 하는 시스템을 가만 보니 허술하고 이상한 점이 한 두 군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무너진 후, 금태환을 하고 있는 화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달러나 원화로 경제 활동을 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통화에 누가 정당성을 부여하냐는 것이죠.


물론 각국 정부가 법정 화폐로서 정당성을 부여하고 이를 관리하지만, 비트코인이 부각되면서 정부의 관리 없이 유지되는 실험적인 통화시스템이 나타난 것이죠.


그리고 그 실험은 지금까지 대체로 괜찮게 진행되는 것 같고요.


좋든 싫든 비트코인, 그리고 블록체인과 같은 신기술이 우리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차 커질 것 같습니다.





Posted by 타다키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