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에게 경의를
처음에는 알파고를 응원했지만, 이세돌 9단이 또 졌다는 소식을 들으니 뭔가 안타까움은 감출 수가 없네요.
그래도 사람과 자동차가 속도 대결을 하지는 않듯이, 이것도 비슷하게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알파고가 '보통'의 알고리즘 이었다면 버그 한 두개는 있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대국 중간에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나오고, 이 9단이 이기고 사람들은 '컴퓨터가 하는게 그렇지 뭐'라는 조롱이 쏱아졌을 텐데
저는 잘은 모르지만, 머신러닝의 최적화 수준이 인류의 바둑 만랩을 오류 없이 관광 보낼정도로 까지 올라온 것을 보니 참으로 대단한 것 같습니다.
알고리듬의 최적화, 코드의 품질에 더해서 이를 받쳐 줄 하드웨어의 성능 발전이 이러한 결과물로 이어졌겠지요.
사실 딥러닝 알고리듬도 대단하겠지만, 1천개가 넘는cpu, gpu를 매니징 하여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낼 수 있는 코드를 만들어 낸 것도 참으로 대단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애초에 이 9단에게 승리의 가능성은 없었나 봅니다.
또한 이러한 것들이 금새 또 상용화되고 그럴 걸 생각해보면 아득하기만 합니다.
하여간 이러한 도전을 흔쾌히 승낙하신 이 9단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이 9단이 마치 '컴퓨터에게 무너진 인류'의 표상으로 낙인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 그러한 것을 우려하는 성격도 아니신거 같고요.
이 9단 께서도 이번 대국이 자신을 더욱 단련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사람이란게 결국 안해본 것에서 부딛치고 깨져 봐야 개선과 자기 발전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말이죠.
이 9단이 만약 프로그래머였다면 정말 대단한 프로그래머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A -> B -> c -> D ...로 이어지는 흐름을 유지 관리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하면서 아름답게 짜고 싶은게 개발자면 개발자, 코더면 코더, 프로그래머면 프로그래머의 소망이자 목표일텐데
저는 코드를 짜다 보면 일종의 벽을 항상 느끼게 됩니다. '아, 머리가 더 좋은 사람은 이 흐름을 나처럼 끙끙대지 않고 한번에 이어가면서 짤 수 있을텐데, 어떤 패턴을 쓰는게 좋은지 한번에 알텐데' 하면서 말이죠.
이러한 측면에서 프로그래밍과 바둑도 비슷한 부분이 많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고도로 지능을 요구하는 일은 대부분 그러겠죠.
저같은 둔재들은 머리를 싸매면서 고통받고요.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