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에 샀던 책을 이제야 다 읽었다. 중간에 이것 저것을 읽긴 했지만.


초반에 읽다가 포기했는데, 여러 상황에서 철학에 대한 필요성을 계속 느끼게 되어 다시 시도한 끝에 결국 끝을 봤다.


내가 철학책을 읽는 이유는 그간의 삶에 우여곡절도 많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남들은 다양한 경험을 해봐서 좋겠다고 허울뿐인 소리를 해주지만, 아주 심한 굴곡은 아니더래도 하여간 굴곡이 있다는 것은 당시에는 좋게 생각이 들지는 않는 것 같다.


물욕, 성욕, 식욕 등 정욕에 끌려다니는 삶을 끝내지는 못하더라도, 뭔가 잡념은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결정의 시행착오는 줄이고 궁극적으로 옮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점 중 하나는, 그러한 것은 달성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마치 술 담배가 몸에 안좋은 줄은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달까. 사실 고매한 인격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나처럼 굳이 책에서 해답을 찾으려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철학을 읽는다는 것은 사실 그냥 자기만족인 것 같다. 뭐가 됐는 재미가 없다면 지속할 수가 없다.


애초에 책에서 답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을까 싶다. 그래도 평범한 사람이 길을 찾는데 책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기는 하다. 결국은 어떤 책에서 답을 구하냐는 건데, 이처럼 인류의 사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책이 아니면 적절한 것을 찾기도 쉽지 않아보인다. 무진장 어렵고, 읽어도 이해도 잘 안되서 그렇지만.


하여간 이 책이 내 사고방식에 꽤나 큰 영향을 미친 것만은 확실해보인다. 일단 이 책 덕분에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스킬 중 하나는 사람이나 사물, 상황을 좀 더 객관화(라는 단어가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해서 볼 수 있는 것이랄까나.


예를 들면, 과거에는 어떤 사람이 한 엉뚱한 짓이 나를 화나게 했다면, 이제는 '저 사람은 원래 저렇게 태어난 것을 어쩌겠나' 하고 생각할 수 있게됐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에게 100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뛰라고 요구할 수는 없듯이 말이다. 사실 이처럼 뻔한 말을 뇌 속에 각인시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데,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뭔가를 더 객관화해서 본다는 스킬은 주식투자에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종목에 애착을 가지지 않고, 투자의 목적인 돈에 대한 주관적 관념을 줄이며, 이를 통해 칼같은 매수 매도에 더 근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조금이나마 가져본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금연이 어려운 것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돈에 대한 객관화가 가능할지도 의문이긴 하다. 스피노자는 금욕적인 삶을 살긴 했지만 아주 가난하지는 않았다. 부유한 친구들이 알아서 도와줬기 때문이다. 하여간 스피노자는 돈은 정말 먹고 살 정도만 구했고, 나머지 시간에는 생각하고 책을 쓰는데 썼다. 돈의 객관화가 가능할 지는 돈을 많이 벌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철학을 읽는 다는 것은 돈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알 기가 힘들 것 같다. 소로스는 철학이 투자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는데, 그 사람은 원래 똑똑해서 뭘 해도 될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하여간 자기가 원할 때, 객관적 시각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은 항상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꽤나 좋은 것 같다. 회사에 또라이가 있는데 그 사람을 객관화해서 본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으로 인한 괴로움을 당장 줄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은 행동 반경을 얼마나 내 중심으로 가져갈 수 있냐는 것이 중요할텐데, 철학이 이에 어느 정도 시사점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자명해보인다. 스피노자는 책에서 신으로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보여준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사진과 같이 나를 철학으로 인도한 책의 한 구절 때문이다. 뭔가 진짜 멋있지 않나? 책 몇권을 읽으면 철학을 영원히 사랑하게 된다니! 나도 번역된 해설서를 두 개쯤 더 읽고 이 책을 한번 더 읽을 생각이다.




Posted by 타다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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