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주 좋아하는 형님께서 사주신 책. 그러나 먼저 말하자면,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매우 중요하지만 정말이지 너무 재미가 없었다.ㅜㅠ


일단 책의 중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 정부, 기업, 종교 등 여기 저기서 기존 권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


그러고나서 뒷부분에서 위기와 방안에 대해 논한다. 


문제는 핵심적인 내용인 뒷부분을 논하기위해 앞부분에서 설명이 너무 장황하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이 책이 재미가 없었다.


하지만 어떤 책이 재미있느냐는 전적으로 주관적이므로, 예를 들어 사회학 덕후들은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내가 평소 철학이나 종교, 아니면 코딩에 관심이 많은 등 좀 더 개인적인 측면에 집중하고 있어 이 책이 크게 와닫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이 책이 이미 나에겐 자연스러운 상황을 끄집어내 설명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하여간, 이 책의 가치는 마지막 챕터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아주 중요하다.


마지막 챕터를 위해 앞부분의 그 많은 준비가 있었다랄까.


바쁘다면 앞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고 423쪽부터 읽어도 큰 무리는 없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뒷부분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앞부분으로 이해를 다지는게 좋겠다.


저자는 권력의 쇠퇴로 인한 다섯 가지 위기를 제시한다.


첫째가 무질서인데, 이 근거로 유럽 재정위기를 한 예로 든다. 그리스란 조그만 나라 때문에 유로가 깨지네 마네 했던 것 말이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탈숙련화와 지식의 상실이다. 여기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MOOC등 온라인 강의를 예로 드는데, 이러한 새로운 지식의 원천이 기업의 연구개발과 일치시키는 작업이나 기관 내부에 저장하는 일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단다.


내 생각엔 저자가 오픈소스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그리고 나로서는 이 대목에서 저자의 안목을 좀 의심하게 된다).


권력의 쇠퇴에 대해 논하고, 그 예로 드론을 거론하면서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에 대해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점도 좀 이상하다.


또한 사회운동의 진부화, 인내심부족과 주의력 분산, 소외가 문제란다.


저자는 소외가 널리 고착되면 사회 내부에서 위기가 불어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로 과거에 대한 향수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선 '가카'와 어버이연합, 까스통할배들이 떠오른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내가 느낀대로 쉽게 서술하자면, 미국이 왕인지 중국이 왕인지 '누가 짱 먹는지' 신경쓰지 말고, 정당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극단적 단순주위 세력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이 대목에서 또 가카가 떠오른다).


그러니까 야당 지지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최근 교과서 반대 시위와 같이 기존의 권력인 정부를 흔드는 미시 세력이 대두되고 있고, 야당이 이를 잘 활용해야한다는 말이다. 물론 여당 지지자도 같은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저자의 결론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저자를 이 책에서 처음 접했고, 그가 어떤 성향인지 잘 모른다. 일단 이 책을 보고 든 느낌을 감히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보수주의자가 느낀 권력의 쇠퇴'라고나 할까.


책 내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다가 마지막에 성향을 슬쩍 보여주는 느낌이다.


저자가 소속된 카네기 재단은 중도성향이라 하는데, 이 사람은 약간 보수쪽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아니면 저자를 자유주의자라고도 할 수 있으려나. 나도 그냥 줏어 들은거지 솔직히 잘 모른다.


하여간 현재를 이해하고 앞을 준비하는데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 책이다.


좋은 책을 선물해주신 형님에게 감사하다.



Posted by 타다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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