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 다운 책을 읽은 것 같다.
중학교때 영어과외를 받던 시절, 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과외선생님께
나의 부모님이 다치거나 사고를 당할까봐 걱정되는데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물었다.
물론 그 과외선생님은 교회를 다니면서 기도를 하면 된다고 일러주셨고, 그때무터 종교에 대한 내 물음은 시작된 것 같다.
중고등학교때는 그럭 저럭 교회에 열심히 나갔지만, 대학교에 입학하고부터는 나가지 않게 됐다.
한국에서 손 꼽히는 대형 교회에 다녔던 나는, 명절때만 되면 교회에서 하나님의 선물이라며 꽤 비싸보이는 과자를 선물로 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를 고민에 빠지게 했던 여러가지 질문 중 하나를 꼽자면, 도대체 하나님은 어떤 기준으로 은총을 주시느냐는 것이다. 입시철이 가까워지면 부모님들은 교회로 몰려가 자기 아들, 딸이 시험에 붙게 해달라고 철야 기도를 한다. 혹은 자기 자녀가 승진하게 해달라고 하던지, 남편이나 아내의 사업이 잘 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다. 
누군가 이익을 보면 또다른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마련이다. 
교회에 열심히 나가 기도를 하고 십일조를 많이 하는 순서대로 기도를 들어주실까? 교회 목사님은 기도를 열심히 하면 하나님이 들어주실 거라며 열심히 교회에 나오라고 하신다.
나는 그게 싫었다.

나는 앞으로 살면서 종교(사실 종교란 말이 적절한지도 잘 모르겠다)에 대한 관심(이라기 보다는 열망이라고 해야할까?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을 놓기는 어려울 것 같다.
돈, 명예, 성욕 등 욕망을 쫓아가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삶의 보다 근원적인 면을 갈구할 수 밖에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 관심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한하시면서 다시 커졌다.
그분께서 내가 잠시 잊고 있던 종교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책을 찾아 읽게 한 점을 보면, 그분의 의도는(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간에) 적어도 나에게는 분명히 통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종교에 대한 물음에 대하여 어느 정도는 답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분은 뭐랄까, 매우 정제되고 단아한 어조로 무신론자들에게(나는 내 자신이 불가지론자라고 생각하지만 내 입장에 대해서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종교란 무엇인지 일러주신다.

종교에 대해서,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에 대해 생각 할 때면, 돈 좀 벌어보겠다고 경제 서적을 탐독하고 주가 차트를 들여다보는 내 모습이 가끔은 참으로 덧없게 느껴진다. 내 자신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이상 결국 앞으로도 그럴 수 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교황님께서 말해주시는 종교란 아마도 이런게 아닐까 싶다. 욕망에 치이는 삶을 살더라도 삶의 본질을 잊지 말라는 것.
종교에 대한 나의 물음은 아마 죽을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지 간에, 나는 계속 찾아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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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다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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